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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희의 <노을의 기억>을 읽고

강명희 소설집 을 읽다 - 고경숙강명희 작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을 반갑게 읽었다. 이 작가의 소설엔 늘 삶으로 충만한 땀 냄새가 있다. 한세상 살며 아등바등하다가 저도 모르게 대열을 이탈해 버린 슬픈 군상들이 넘나든다. 그 모든 세태를 감싸 안는 여운 짙은 서사도 매력적이다. 요즘 예술작품에 유행처럼 번지는 환상, 가상, 공상에 동원되는 아리송한 은유와는 거리가 멀다. 가공미인이 판치는 바람에 점점 자연미인이 드물어진 세상이지만 문학에서만은 흙냄새 나는 이런 소설들이 간절해지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빗나가지 않았다. 이 작품집에서 개작을 시도한 은 2003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강 작가가 지닌 문학의식의 뿌리를 보여준 대목이라 관심을 끈다. 작가의 젊은 시절 제주도 거주 체험을 살린 절묘한 자연..

카테고리 없음 2025.04.14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 독서토론회

인일여고 한 학년 후배들은 언제부터인지 매달 책 한 권을 읽고 듀오(줌 기능)에서 모여 독서토론을 한다. 지난 번 에 이어 이번에 를 읽고 독서토론을 했다. 토론 후 이를 정리해 올리는데 그 글이 얼마나 세세한지 꼭 토론에 참석한 듯 하다. 여고 홈페이지에 올려온 글을 옮겨본다. (강명희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자신이 만났거나 전해 들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가지고 어쩌면 이렇게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맛갈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2월에 읽은 강명희 작가의 는 책을 손에 쥐면, 그 재미에 빠져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다. 세 편의 중편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가 여성들이다. 친구들은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여성들의 모습에 자신을 대비하거나 어머니의 삶을 떠올렸으며, 주변의 누군가를 기억하기도..

카테고리 없음 2023.03.03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를 읽고- 이미루

* 서사의 힘, 강명희 중편소설 '진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 소설집 제목이다. 딱 하나를 집어 제목으로 삼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분자 씨와 여재댁과 화도댁 중 어느 한 명도 귀하지 않은 인물이 없었을 것이다.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요 몇 년 읽은 단편소설들에 넌더리가 좀 났었다. 거실과 주방과 카페를 오가는 단순한 서사가 감질났달까. 한때는 심리와 정서를 내밀하게 들여다 보는 소설을 좋아했고 문장의 아름다움에 빠졌고 현학적인 넋두리를 어루만졌다. 이젠 좀 지겨워졌다. 소설이라면 모름지기 이야기 아닌가. 강명희 소설은 이야기가 살아 있다. 한 사람의 생을 관통하는 큰 물줄기가 보였다. 내가 직접 살아내지는 않았지만 내 삶의 시대와 나란히 가는 듯 중첩되었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에게 애정이 생..

카테고리 없음 2022.10.24

<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작가>의 말

- 작가의 말 독일에 열흘 머물 기회가 있었다. 독일에는 꽃다운 나이에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노인이 되어 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것을 지키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이 내게는 큰 충격인 동시에 감동이었다.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개인사 이전에 한국의 역사였다. 귀국해 이들의 삶을 로 형상화해 보았다. 이 작품은 독일 휴양도시 네테탈에 거주하고 있는, 부안이 고향인 정자님의 도움을 받아서 썼다. 비록 내가 썼다지만 정자님이 거의 다 써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다 주신 정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또 감사드린다. 작년에 시골집 하나를 빌려 이곳 분천으로 귀향했다. 공부하기 위해 도시로 흘러들어온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

카테고리 없음 2022.10.11

나의 습작시절 이야기

나의 습작시절 이야기 나는 내 딸을 키울 때 한 시간도 남의 손에 맡겨 보질 않았다. 그러니 아이들 자랄 때 뭘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큰 아이 6학년 때 제주에서 살다가 서울로 왔다. 애들 교육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은 내가 공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 한창 인기 좋은 같은 드라마가 쓰고 싶었다. 서울에 오자마자 근처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공부를 하는데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이들 학교에 가면 싱크대에 설거지를 쌓아놓고 아이들이 올 때까지 밥도 안 먹고 글을 썼다. 일주일에 작품이 두 편씩 나왔다. 첫 작품은 인데 떠오르는 여명 같은 남자와 사위는 노을 같은 두 남자의 이야기다. 그것을 동아일보에 냈더니 당시 인기있던 삼국지 시나리오를 쓰셨던 유현종 작가가 나를 불렀다. “참 좋은 작..

카테고리 없음 2022.10.02

옥수수

옥수수 옥수수를 보면 하모니카가 생각난다. 노래 때문일까 아님 생김 때문일까. 아무튼 어린 시절 자주 불렀던 동요다. 사오십 년 전에 부르던 동요를 지금까지 부르니 명곡은 명곡이다. 옥수수가 한창 여물어간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밭에도 딸 때가 된 것이다. 옥수수를 심을 때 일주일 간격의 시차를 두고 심었다. 한꺼번에 익으면 미처 따지 못하고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급한 옥수수란 놈은 별 차이 없이 여문다. 어린 시절 한 여름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간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옥수수다. 여름 방학 때 점심때면 옥수수와 감자를 꼭 쪘다. 가마솥에 넣고 아궁이에 불을 때서 찌면 구수한 냄새가 풍겼다. 옥수수 찌는 냄새를 맡으면 식욕보다도 먼저 뜨겁고 더운 부엌 열기가 느껴진다. 금방..

카테고리 없음 2022.07.20

사랑이라는 프로그램

나는 딸이 둘이다. 둘째는 일찍 결혼해 아이 셋을 낳고 도곡동에서 일산으로 옮긴 회사를 하루 두세 시간씩 운전하고 다니며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반면 큰아이는 어릴 때고 커서고 간에 책 보는 것을 보질 못했다. 글 쓰는 것 역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일찌거니 비혼선언을 해 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지금은 이미 포기해 안타깝고 자시고도 없다. 큰딸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인터넷이 보급되고 카페고 칼럼이고 성하던 때였다. 나도 다음에 칼럼을 쓰고 있었는데 글을 자주 올려도 독자 여든 명 정도였다 어느 날 추천 칼럼이 떴는데 제목이 어느 공대생의 감수성 어쩌고 였던 것 같다. 딸이 공대에 다니니 크릭을 해서 보았다. 글 올린 횟수는 많지 않은데 독자는 거의 이백명 정도 되었다. 글이 재밌어 지난 칼럼도..

카테고리 없음 2021.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