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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조선오이 2006. 7. 8. 00:06
나는 토마토를 좋아한다. 
밖의 빛깔과 속이 똑같아 정직해 보인다.  
씨를 골라내야 하는 다른 과일들과는 달리 씨를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썰어 놓았을 때 붉음 속에 박혀 있는 황금색 씨앗들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 
과일이라기보다 야채에 속한다는 토마토는 달지 않는 밋밋한 맛 때문일 것이다. 
그 밋밋함이 싫증이 나지 않게 한다. 
어쩐지 이름과 모양과 맛이 소박한 것이 삼위일체가 되는 것 같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 토마토를 심을 수 있어서 가장 기뻤다. 
그래서 가장 먼저 토마토 모종을 사왔다. 
토마토는 토박한 땅에 심어졌지만 잘 자랐다. 
다른 집 토마토 밭을 보니 말뚝을 박아 끈으로 매주었다. 
나도 따라서 쓰러지지 않게 그렇게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 토마토밭은 다른 집 토마토 밭과 달랐다. 
토마토가 자랄수록 이상했다. 
토마토가 매달리지 않고 이파리만 무성해졌다.
어느 날 옆 집 아저씨가 가위를 들고 왔다.
" 이런 거 이런 거 다 잘라주어야 해요"
아저씨는 토마토 순을 가위로 뚝뚝 잘라주었다. 
이파리 사이로 난 곁가지들도 잘랐다. 
곁가지와 순을 따 주어야 했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무성해질 대로 무성해진 토마토 밭은 이미 내가 손을 쓰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아버지와 농사 지을 때 콩순을 따 준 적은 있었는데  토마토 순을 따 주는 것은 몰랐다. 
토마토 밭을 보며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는 주몽을 생각했다. 
금와왕의 의붓자식으로 들어간 주몽은 끊임없이 형들의 도전을 받는다. 
주류만이 남고 비주류는 제거되는 것이 왕위 계승의 법칙이다. 
왕자들은 주류가 되기 위해 싸움을 계속할 것이다.
주몽은 의붓형들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와 고구려를 세운다. 
주몽은 아들 유리와 계비로 들어온 소서노에게서 두 아들을 얻는다. 
주몽은 적자인 유리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소서노는 왕위 계승에 실패한 두 아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가 다시 그들만의 나라를 세운다. 
그것이 백제다.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데 일등공신인 소서노는 아들이 백제를 세우는데 또 큰 역할을 한다. 
소서노는 우리나라 역사상 두 나라를 세운 여걸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주류만 남기고 비주류는 제거해 주는 토마토의 세상은 왕위 계승의 원칙과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