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 고추의 양은 첫물 고추의 딱 2배다. 자연히 거기에 드는 노동도 두배다.
지난 주는 새벽부터 하루 4시간을 땄는데 이번 주는 네 시간씩 이틀을 땄다. 처음에는 꽤가 나 아침에 일어나기 싫더니 다음 날에는 익숙했다.
다음 주 세물 고추를 따면 우리집 고추농사는 끝일테다.
진딧물에 밭이 까맣게 변해가도 약을 치지 않고 버텼다. 대신 매일 미생물을 발효시켜 고추에다 주었다. 옆에서 농사지으며 매주 농약을 주는 프로 농군도 평생 농사를 지으신 할머니도 우리만큼 수확을 하지 못한 것 같아 괜실히 미안하다.
세물 고추를 따고 그 다음에 매달린 것은 짱아치를 담그고 고추잎은 따서 나물로 먹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고추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우리 시어머니는 쌀하고 김치만 있으면 산다고 늘 말씀하셨다. 논 농사는 쌀이고 밭농사는 여름엔 고추고 가을은 배추농사다. 그렇게만 있으면 먹고사니 농부는 1년 내내 이것들을 키우느라 애쓴다. 그 다음 심는 작물들은 간식거리 들이다.
요즘은 식생활이 바뀌어 밥과 김치가 오히려 들러리다. 쌀 소비가 안되고 김치는 마트에서 사다가 먹는다. 이젠 가을에 김장 하는 집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
시절이 이렇게 변해가는데 나는 여전히 고추를 심고 따서 말리고 김장밭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젊은 애들이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어떤 때는 나 자신조차 마트에 가서 몇푼 주면 살 수 았는데 왜 이렇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