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긴 여름 낮의 허기를 감자가 채워주었다. 감자를 캐면 그때부터 식탁은 감자 천지였다 감자밥에 감자졸임 감자부친개 감자국 감자고추장찌개.... 어디나 감자가 들어갔다. 밥 할때 마다 밥 위에다 찐 찐감자는 그것 자체가 간식이었다.
먹을 것이 지천인 요즘은 감자가 달지도 않고 맛이 밋밋해 천덕꾸러기라는 느낌이다. 한여름 땡볕에서 감자 한박스를 캐려면 그 노고가 가히 살인적이다. 그렇게 애를 써도 인건비 건지기도 어렵다.
감자가 올해도 어김없이 똥 값이다. 아울러 마늘 양파 값까지 폭락했다니 이것들을 심은 농가가 딱하다.
감자는 한박스 사다가 먹자는 생각이었지만 감자를 심었다.
이유는 감자 캔 자리에 김장 무 배추를 심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 전후에 캐서 하지감자란 이름이 붙은 감자를 캤다. 감자캐는 내내 긴 하지볕이 원망스러웠다. 내년에는 심지 말아야지 다짐 했다.
그래도 또 심을 것이란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