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과일이 귀한 시절 과일대용이었다. 오이를 광주리에 따다가 놓고 들며 날며 먹으면 입안 가득 푸른 오이의 진액이 차고 상큼한 오이향이 주위에 번졌다. 그럼 시장기도 어느정도 가셨다.
오이를 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밥상이 오이밭이다. 오이지 오이깍뚜기 오이무침 오이상치 오이짱아치 심지어는 고추장 찌게에다가도 오이를 썰어넣었다.
그런 오이향을 요즘 얘들은 오이냄새 난다며 싫어한다.
처음 블로그가 생기고 아이디를 만들 때 나는 조선오이라 정했다. 어린 시절 내 시장기를 채워주던 그 오이가 내 정보의 갈증도 채워주지 않을까 해서였다.
내가 오이를 좋아한다고 남편이 오이를 많이 심었다.
가뭄이 극심했던 작년도 재작년도 재재작년도 몇개 따먹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봄이면 오이 모종을 사다 삼었다.
오이가 자라 넝쿨이 생기고 노란 꽃이 피면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오이는 시각적으로도 좋고 여름밥상을 책임지니 아니 좋아할 수가 없다.
헉! 그런 오이가 주중에는 서울에서 지내다 일주일만에 내려왔더니 한없이 달렸다.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는 좀 못생겼지만 금방 따서 맛은 그만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조선오이였다. 예전에 왜오이라 부르던 오이는 요즘은 다대기오이라 부르고 조선오이라부른던 것은 노각오이라부른다.
다대기오이는 빨리 자라고 열매도 많이 매달리는 반면 조선오이는 더디 자라고 열매도 적게 매단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 다대기 오이를 심는다.
그래도 섭섭해 조선오이 서너개를 심었다. 무던히도 안자라더니 듬직해뵈는 오이 두개가 열렸다. 더 두면 더 커질텐데 큰딸이 내려온다하며 무쳐주려고 따왔다. 다대기오이는 광주리로 하나다.
오이지를 담으며 잠시 옛날로 돌아가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