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컬렉션
재미있는 책은 이 세상에 많다. 좋은 책 또한 많고 많다. 하지만 재미도 있고 좋은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모처럼 재미도 있고 좋은 책을 만났다.
<천상의 컬렉션>
책을 다 읽고 나니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안목이 생긴다. 책 한권으로 그런 안목을 키울 수 있다니! 게다가 재미까지 있다니! 책을 읽는 내내 이처럼 좋은 양서를 만난 것이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 뒤에 어느 화보집 못지 않게 선명한 사진으로 넣은 문화재들은 우리가 일일이 박물관을 찾아다니지 않고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은 kbs <천상의 컬렉션> 프로의 제작팀들이 만들어냈다. <천상의 컬렉션>이란 프로를 보면 호스트들이 나와 재미있고 세밀하게 문화제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당시에는 재미있지만 머릿속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본 프로를 몇 번씩 반복해서 볼 수 있지 않은가. 이런 티브이 프로의 단점을 책은 잘 보완해 주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잘 알려진 대로 세종의 아들 둘째아들 안평대군이 꾼 꿈을 듣고 그 시대 최고의 화가 안견이 그려낸 작품이다. 이 한편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 시대의 모습과 정취와 왕궁의 비화까지 읽어낼 수 있다. 이 그림이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시와 서화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에 붙어 그림을 보고 쓴 감상문이 아주 빼어나다.
골자기에 들어서자 안이 넓게 트여 2-3리는 될 듯 했다.
사방으로 산이 벽처럼 둘러서 있는 가운데 구름과 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있었으며, 가깝고 먼 복숭아나무 숲에 햇살이 비쳐 마치 노을이 지는 듯 했다.
또 대숲에 띠집이 있는데 사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흙으로 만든 섬돌은 이미 무너져 있었으며 닭이나 개 , 소나 말 같은 것은 없었다.
앞 내에 조각배만 물결을 따라 떠다닐 뿐이어서 그 쓸쓸한 정경은 마치 신선이 사는 곳인 듯 했다.
안평대군 <몽유도원기>중에서....
이밖에 이 책은
거장의 위대한 시작-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고난의 인생을 담은 대서사시- 심사정의 <축진도권>
조선 제일의 화가 김홍도의 불온한 그림과 그 후원자 김홍도의 <세시풍속도>
거친 자연 위에서 펼쳐지는 조선의 블록버스터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새로운 시대를 연 조선의 마지막 대화원- 장승업의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열두폭 병풍>
유교 사회에 억눌렸던 욕망이 터져 나오다- 책도가
등에 대해 역사와 그림이 탄생하기까지 비화들이 그려져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공예 작품과 전 세계가 탐내는 도자기와 장인의 혼이 들어있는 조각품들에 숨어있는 일화들이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문화재는 그 시대 정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재를 통해 조상의 얼과 혼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귀하고 소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천상의 컬렉션>은 책장에 꽂아두고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