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빈 우리가 있어 닭 키우기에 도전했다. 지난 4월 병아리 20 마리를 사다 놨다. 10 마리만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는데 20마리나 산 것은 아직 암수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일대 일의 비율로 성별이 구분된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커 보니 암놈은 다섯 마리 밖에 안되었다. 다행이 이웃에 사는 판매자가 암놈 다섯 마리를 가져오고 숫놈 여덟마리를 가져갔다. 에프터를 해 준 것이다.
아침마다 일어나 모이를 주는 것도 큰 일이었다. 지금은 날이 좋아 괜찮은데 춥기라도 하면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매스컴에서 조류독감을 보도 할 때는 걱정이 된다. 닭 키우고 부터 걱정이 늘었다.
닭들은 자기들끼리 심심하면 싸운다. 쌈닭이 아니어도 번번히 싸운다. 제법 치열하기까지 하다. 한 놈은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를 했다. 처음에는 이들의 치열한 싸움이 신경 쓰였었는데 요즘은 그려려니 하고 지켜본다.
간간히 남는 야채나 억세서 폐기처분 되는 야채들을 가져다 주면 닭들은 한없이 먹는다. 한번은 옆집 하우스 안에 있는 웃 자란 양배추를 두 박스나 뜯어다 주었는데도 금방 먹어 치웠다. 먹는 양이 꽤 많다.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먹는다.
닭은 뭐든지 다 먹어치운다. 어떤 때는 살아있는 개구리도 쪼아서 먹어 치운다. 닭은 잡식이고 날지 못하지만 조류의 일종이란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1월에 깐 병아리가 6월이 되니 중닭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어떤 닭인지 알을 낳았다. 새알보다 조금더 큰 초란이다.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 같은데 알을 낳다니! 기대하지 않은 기쁨이다. 알은 점점 더 굵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