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설을 만나면 무척 행복하다. 은희경의 <타인에게 말걸기>가 그랬고 전경린의 <염소를 모는 여자>가 그랬고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그랬다. 모두 등단 후 나온 첫번째 소설집이다. 나중에 나온 소설집이 첫번째 소설집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그 만큼 첫번째 소설집은 무명시절 글을 갈고 닦고 만들어 작가의 혼을 쏟아부운 책이다
여기 또 등단 후 첫번째로 나온 최은영의 소설집 <쇼코의 미소>가 있다. 2년 전 이 작품으로 등단한 작가가 같은 이름으로 낸 첫소설집이다.
처음 책을 펼치며 84년생인 작가가 너무 어리다 생각했다. 그러나 <쇼코의 미소>를 읽으며 나와 엄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최은영 소설은 3세대를 아우른다.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좋아할 책이다. 그 만큼 폭 넓은 독자층을 깊숙히 파고 든다. 대단하다 .
최은영소설은 신변잡기식의 소설이 아니다.요즘 작품들과는 달리 작품속마다 의식이 숨어 있다. 월남전의 비극이 육이오가 통혁당 사건의 비극이 심지어는 세월호의 비극까지 숨어있다. 그 비극은 숨어 있다가 인간과 인간들의 섬세한 관계들을 뚫고 나온다. 그 비극들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활과 함께 보여진다. 그래서 더 슬프다. 더 울림이 있다. 더 가슴이 짠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작품은 한지와 영주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이처럼 따뜻하고 깊이있게 다룰수 있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한지의 나라 나이로비아에 있는 평생 누워만 있는 동생을 그린 대목에서는 눈물이 났다. 가장 아픈 것을 스스로 드러냄으로서 그 아픔은 이미 아픔이 아니다. 사랑이다. 인간의 사랑이 뭔지를 제대로 가르쳐준다.
거기에 나타난 이별의 방식이 또한 새롭다. 헤어짐이 두려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도 없이 어떤 마음의 징표조차 거부하고 떠난 한지의 태도가 오히려 더 아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가 하나임을 느낀다.
일본으로 독일로 프랑스로 소련으로 무대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세계는 이미 국제화가 되어있음을 느꼈다.
나는 서두에 신경숙을 은희경의 첫작품집을 언급했다. 왜냐하면 이 작가가 그들 못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들을 뛰어넘을 거란 걸 확신한다.
소설은 그 사회의 거울이다.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고 신변잡기식의 소설이 된다면 작은 소설가다. 최은영작가는 그들이 가지 못한 스토리가 강한 사회성을 가졌다. 그가 큰 작가가 될 싻을 이 작품집에서 보았다.
부디 이 시대를 대표할만한 큰작가가 되길 바란다
"이생에서 진실로 하고 싶은 일은 이것 뿐이다. 망상이고 환상일지 모르지만 나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래 짝사랑 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한 작품 완성할때마다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었다"
쇼코의 미소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