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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꽃이다.
유월 말쯤이면 여물어 수확한다.
아버지와 엄마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콩이다.
올해는 원없이 많이 심었다.
오이가 매달린 오이 넝쿨만큼 보기 좋고 흐뭇한 게 또 있을까.
그것도 첫오이를 매달고 있는 오이넝쿨이다.
부드러운 곡선 넝쿨과 넝쿨손들이 어느 예술가도 흉내내지 못하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오이가 마치 보석같다.
양배추 열 그루를 사다가 심었다.
배추벌레가 특히 좋아한다.
밭에 나가면 배추벌레부터 잡아준다.
어미가 뱃속에 아이를 잉태하듯이 양배추알을 키우고 있다.
대추토마토다.
이제 겨우 꽃을 피우지만 저렇게 심어 놓으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내내 따 먹을 수 있다.
한번 심어 놓으면 환경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열매를 여는 토마토농사야 말로 재미있다.
가지만이 유독 꽃에도 대에도 이파리에도 다 보랏빛이 들어있다.
쪄서 무치든가, 구워 양념장을 찍어 먹던가, 기름에 볶아 먹어도 다 맛있다.
나는 쪄서 무치는 걸 제일 좋아한다.
말 그대로 향토맛이다.
유월의 야채밭은 완두콩과 파의 푸르름으로 싱그럽다.
완두콩이야말로 가장 먼저 수확하는 열매다.
통통하게 여문 콩을 비틀어 까면 푸른 보석같은 콩이 튀어나온다.
달큰하면서도 부드러운 콩은 아무리 먹어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완두콩은 늘 부족한듯 하다.
파는 하우스 안에서 자란 실파를 옮겨다 심었더니 저리 씩씩하게 자란다.
꽂아만 놔도 저리 자라는 파가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