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라고 불리우는 레이먼드 커버 19세에 결혼했으며 20세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는 온갖 뜨내기 직업을 전전하며 두 아이를 부양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내와 갈등하고 그리고 알콜 중독까지 겹쳐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와 같은 삶에서 경험하고 만난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하고 가난한 사람들이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젊은데 직업이 없거나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고 돈 문제로 시달리고 있거나 아주 가난하고 결혼 생활도 위기에 처해 있고 가정이 깨어질 위기에 있다.
그들은 혼자서 외로움과 맞닥뜨리거나 자신의 삶에 스며 있는 불안을 인식한다. 작가는 그들이 외롭다거나 불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꼼꼼한 일상을 통해 독자 스스로 그것을 느끼게 할 뿐이다.
그의 작품 속에는 긴장된 드라마나 사건 또는 소설적 갈등이 없다. 평범한 일상에서 겪는 지지부진한 문제들을 대사를 통해 말한다.
그의 작품은 유독 대사가 많다. 대화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인물들의 성격을 만들어간다. 대사로 등장인물들의 처한 답답하고 우울한 상황과 삶에 드리운 슬픔들을 셈세하게 그려낸다.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많은 대사들이 얼른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간결하고 겉도는 대사들 속에서 감추어진 삶의 진실들을 찾아내는 데 서툴렀다. 중간쯤 읽어내려갔을 때서야 커버의 작품이 익숙해지고 인물들이 처한 불안한 상황들이 느껴졌다. 파산 직전에 아내에게 분홍색 속옷을 입혀 자동차를 팔아오라고내보내는 남편의 절박한 모습이, 아내에게 몇년 전 일탈을 고백받고 거리에서 헤메다 들어와 아내에게 제발 조용히 좀 하라고 소리치는 남편의 절망이 책장을 덮은 후까지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의 작품 제목 또한 독특하다. 작품 속에 나오는 대사들에서 따왔다. 그들은 당신 남편이 아니야, 센프란시시코에선 뭘 하세요, 내 입장이 돼보세요, 왜 그러는 거니 애야, 이건 어때?. 무슨 일이요?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당신 의사에요?.....
가장 가까워야 하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거리, 소소하지만 쉽지 않은 삶을 견디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낸 레이먼드 커버의 초창기 작품들이 실린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읽은 것은 2012년 연말에 대단한 소득이다. 이 책을 읽으니 소설이 쓰고 싶어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