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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겨를도 없이....

조선오이 2011. 7. 3. 22:00

새벽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니

가신 분과 걱정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민망하기 그지 없다.

살아계실 때는 누구에게 싫은소리 한번 안하시고 곱게 사셨건만

어찌 이리 가시는 길이 험난할까..

슬프긴 해도 아버지 곁으로 가시는 길이라 위안을 하고 있었건만

무자비하게 내리는 장대비가 참으로 안타깝다.

빗속에 땅을 파고 어머니를 묻으며

이게 다 자식이 불효하여 받는 죄라 생각했다.

사실 1월부터 어머니의 마지막 임종을 수도 없이 준비하며

불효도 많이 했다.

병원에 계시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를 묻고 내려오니

그간 쌓인 회한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태초에 한몸으로 만들어져 그 어미의 또 다른 존재로 세상에 나와,

잡으시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보고와서 나는 밥을 먹고,

아파서 신음하는 어머니를 보고 와서도 나는 텔레비젼을 보면서  웃었다.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와서 나는  운동을 했고,

숨도 제대로 못쉬는 어머니를 보고 와서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죄를 지었다.

그토록 그립고 보고 싶은 어머니였건만 그 정을 다 떼고 그렇게 가셨다.

부모에게 받기만 하고 해 준 것은 없는 

아버지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부끄러운 죄인이다.

 

절 한번 제대로 못하고,

울음 한번 울지 못하고,

장대 빗속에 어머니를 서둘러 묻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젼을 켜니

조관우가 나가수에서 <하얀나비>를 부르고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울 수 있었다.

 

할아버지를 묻고 돌아오며 이젠 우리 차례네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 난다.

양부모 다 보내드리니 진짜 이젠 우리 차례다.

이렇게 한 세대가 끝나고 그 자릴 내가 올라가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