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분천> <어린 농부작가>의 말

<잔치국수><분천> <어린 농부>- 작가의 말
독일에 열흘 머물 기회가 있었다. 독일에는 꽃다운 나이에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들이 노인이 되어 살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것을 지키며 억척스럽게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이 내게는 큰 충격인 동시에 감동이었다.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개인사 이전에 한국의 역사였다. 귀국해 이들의 삶을 <잔치국수>로 형상화해 보았다.
이 작품은 독일 휴양도시 네테탈에 거주하고 있는, 부안이 고향인 정자님의 도움을 받아서 썼다. 비록 내가 썼다지만 정자님이 거의 다 써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한 자료를 열심히 수집해다 주신 정자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또 감사드린다.
작년에 시골집 하나를 빌려 이곳 분천으로 귀향했다. 공부하기 위해 도시로 흘러들어온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공부 시키고 나서 다시 시골로 내려오기 까지 40년이 걸렸다.
생명이 있는 것은 모두 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농사는 그 자연현상을 직접 눈으로 보여준다. 식물의 세계는 작은 인간 세계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며 인간은 그들에게서 순환과 순응을 배운다. 그리하여 자연 한 가운데서 우리는 겸손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저들은 태어나서 사위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인간의 스승이다.
오래 전부터 농사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린 농부>는 한 집안의 치부일 수도 있고 원동력일 수도 있는 이야기다. 할아버지가 학교 때 공부하는 내 곁에 앉아서 나에게만 해 준 이야기를 혼자 끌어안고 있을 수가 없어 <어린 농부>로 풀어놨다. 아마도 지하에 계신 할아버지도 당신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해 주길 바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밭고랑에서 나서 자란 내 유년의 이야기로부터 지금 현재의 삶까지 다 들어있다.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네 번째 책이다.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초창기의 설레던 시간이 지나 지금 나는 네 번째 자식 같은 내 소설집을 세상에 내 보낸다.
2022년 8월
강 명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