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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농사 후기

조선오이 2019. 9. 15. 04:02

 

올 해는 우리가 1년 먹고 남을 고추를 수확해 약간을 판매해야했다. 고추 단위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게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물고추와 건 고추는 600그램을 한 근이라 말한다. 건 고추는 태양초와 건조기에서 나온 고추로 나누고, 다시 건 고추는 꼭지를 딴 것과 안 딴 것으로 또 나눈다. 이것들은 모두 600그램을 한 근으로 한다.

고춧가루로 넘어가면 또 다르다. 한 근이 400그램이라고 한다. 그러니 한관은 4킬로를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방마다 달라 복잡하기 짝이 없다. 내가 사는 화성은 고춧가루도 한 근을 600그램으로 하여 한관을 6킬로로 따진다. 고춧가루 한 근 값이 얼마냐고 물으면 지방마다 다르고 태양초 건조기초가 다르고 일반 고추와 무 농약 고추가 다르다.

고모에게 어쭈어 보니 고모가 사는 집은 그도 저도 아니고 되로 판매를 한다고 했다. 작은 나라에서 고추 단위조차 통일이 되지 않아 천차만별이었다.

나는 로컬프드에 가서 일반고추의 가격을 보았다. 500그램에 22000원 하고 1킬로는 39000원이었다. 로컬프드는 생산자가 스스로 가격을 먹여서 가게에 내고 회사 측에 약간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니 로컬프드를 통하면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나는 생산자니 1킬로에 30000만원으로 책정을 했다. 무 농약 유기농은 농사짓는 것을 보지 않아 인증할 수 없으니 일반고추로 가격을 먹여야 했다.

올해 우리는 고추를 300주 심었다. 첫물을 딸 때는 고추가 굵어 금방 한 바구니가 찼다. 한 나무에 삼사십 개 따기도 했다. 고추 한 나무에 보통 물고추로 한 근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이웃 밭에서 농사짓는 할머니께서는 고추는 세물 네물일 때 가장 많이 딴다고 가르쳐주셨다. 정말 세물 때가 가장 많고 그다음이 두물 네물이 같고 그 다음이 첫물 그 다음이 다섯물이다.

해마다 농약을 안치니 두물까지 따면 병이 들어 더 이상 딸 수가 없었다. 올해는 농협기술센터에서 무료로 나누어준 미생물을 희석시켜서 주니 병이 나지 않아 깨끗한 고추를 다섯물까지 딸 수 있었다.

어제 다섯 물 고추를 땄다. 붉은 고추들이 꽤 매달렸었는데 막상 딸 때보니 비가 많이 와 곪아 터지고 스스로 떨어져 별로 되지 않았다. 끄트머리라 고추들이 비틀어지고 잘아 힘만 들었지 수확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가을장마가 심해 밭에만 나가면 비가 왔다. 마지막 고추를 딸 때도 안개처럼 가는 비가 내렸다. 다섯물까지 따려니 8월 초부터 주말마다 고추 따기는 계속되었다.

고추를 따고 나니 연하고 파란 고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파란 고추는 생으로 먹고 조림도 하고 초절임도 하고 매운 것은 썰어 냉동실에 두고 찌개에다 조금씩 넣어 먹기도 한다.

고추도 고추지만 고추 잎은 쌈싸름한 것이 나물로 훌륭하다. 조선간장에 무쳐도 맛이 있고 고추장을 넣어 무쳐도 좋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밭을 뒤덮고 있는 고추 이파리를 따서 데쳐서 말리면 겨울철에 무말랭이에 넣어 무쳐 먹으면  그 맛도 좋다.

그러고 보니 고추는 버릴 것이 한 개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