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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물 고추를 따다
조선오이
2019. 8. 3. 13:23
새벽 6시에 일어나 고추를 따러갔다.
첫물이다.
비가 와서 터진 것들이 간간이 보였지만 잘 익었다.
진딧물로 인해 다 죽어가다가 살아나 더 대견하다.
모종을 50원 더 주고 좋은 종자를 사다가 심었더니 실한 고추가 주렁주렁 너무 많이 매달려 가지가 찢어진 것들이 많다.
우리 고추들은 고추대도 박고 줄도 매주었지만 쓸어진 것들이 많다.
내가 잘못 심어 그런가 하고 쫄았지만 남편은 자기가 줄을 잘못 매서 그런가 싶어 역시 쫄았다.
고추도 초보 농삿군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다.
농사는 10년을 지어도 70년 지어온 할머니에 비하면 언제나 초보다.
할머니네 고추는 한 포기도 쓸어지지 않았다.
슬쩍 노하우를 전수했다.
내년에는 쓸어뜨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쓸어지 건 안 쓸어지 건 열릴 건 열리고 열린 건 익어가게 마련이다.
고추를 따 건조기에 넣으니 10시 30분이다.
한여름 폭염속 4시간이 넘은 노동이다.
중노동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일을 마쳤을 때 느끼는 기쁨이다.
그건 소설가가 소설을 왕성했을 때의 기쁨과도 같다.
모든 창작물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과도 같다.
농사도 일종의 창작(?)이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