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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에서
조선오이
2018. 10. 29. 03:06
동강에서
나는 한강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겸허한 모습으로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흐르고 있지요.
산골짝 골짝마다
또 다른 나의 분신들이
바위에 시퍼렇게 멍들기도 하고
때론 춤추고 노래하며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나의 꿈은 오로지
그대와 하나가 되는 것
바다.
드디어 당신과 하나가 되었어요.
거기에서 나는 하늘의 구름을 사모하지요.
사시사철 내 안에 당신을 담그고
당신 닮기를 원합니다.
당신 향한 그리움으로
목말라 죽게 될 때쯤이던 어느 날,
나는 당신의 모습을 하고
황홀한 비상을 하지요.
당신을 닮은 내 모습이 기뻐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요.
사랑의 기쁨은
나를 다시 가장 낮은 자세로
겸허한 모습으로
깊은 산골짝에서 태어나게 합니다.
내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까닭은
당신을 만나기 위함이고,
다시 태어난 것도,
존재하는 것도,
목말라 죽는 것도,
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