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농사
나는 토마토를 좋아한다. 겉의 빛깔과 속이 똑같아 뭔지 모르게 정직해 보인다. 씨를 골라내야 하는 다른 과일과는 달리 씨를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썰어 놓았을 때 붉음 속에 박혀 있는 황금색 씨앗들이 나를 황홀하게 한다.
토마토는 달지 않는 밋밋한 맛 때문에 과일이라기 보다 야채에 속한다. 그 밋밋함이 싫증이 나지 않는다. 어쩐지 토마토는 투박한 이름과 모양과 맛이 삼위일체가 되는 것 같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 토마토를 심을 수 있어서 가장 기뻤다. 그래서 제일 먼저 토마토 모종을 사왔다. 토마토는 토박한 땅에 심어졌지만 잘 자랐다. 다른 집 토마토 밭을 보니 말뚝을 박아 끈으로 매주었다. 나도 따라서 쓰러지지 않게 그렇게 했다. 그런데도 내 토마토밭은 다른 집 밭과 달랐다. 토마토가 자랄수록 이상했다. 토마토가 매달리지 않고 이파리만 무성해졌다.
어느 날 옆 집 아저씨가 가위를 들고 왔다.
" 이런 거 이런 거 다 잘라주어야 해요"
아저씨는 토마토 순을 가위로 뚝뚝 잘라주었다. 이파리 사이로 난 곁가지들도 잘랐다. 그러나 무성해질 대로 무성해진 토마토 밭은 이미 내가 손을 쓰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농사는 풀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더 힘들게 싸워야하는 것은 동족이다. 우선 싻이 나왔을 때 하나만 남겨두고 모두 뽑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하나도 곁가지 순 등을 따준다. 크고 상품 가치가 있는 열매를 위해 잡초뿐 아니라 동족이며 하물며 한 가지에서 올라온 가지까지 제거해 주어야 한다. 식물의 세계도 동물의 세계, 아니 인간 세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어제 첫물 토마토를 땄다. 토마토는 비에 취약하다. 작년에 토마토를 많이 심었었는데 거의 따 먹지 못했다. 비가 오니 토마토 알이 터지고 계속 비가 오니 토마토나무가 녹아내렸다.
비가 내린다. 토마토 농사가 어떨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