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설 <수국꽃 정사>
소설을 읽고 이렇게 슬퍼보기는 첨이다.
<아사다 지로>는 하바리 인간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한 무희와 손님과 대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 <장미도둑> 속에든 '수국꽃 정사'를 따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슬픈 이야기 줄거리를 써 보고자 함이다.
정리해고 당한 전직카메라 맨이라든지, 몰락해 가는 온천촌의 모습이라든지, 비를 맡고 있는 수국꽃 등은 모두 여자의 넋두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장치이다. 세밀한 묘사를 통해 슬픔을 극대화시킨 수국꽃 정사는 아사다 지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다.
스트립터는 말 그대로 춤을 추며 옷을 하나하나 벗는 여자다. 옷을 다 벗고는 손님들 중 원하는 사람이 무대위에 올라가 여자와 관계를 한다.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가위바위보를 하여 최종 세명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관계를 한다. 그것이 그 온천장 무대의 규칙이다.
온천장 무대의 스트립터가 된 여자의 사연은 이렇다.
여자는 부모없이 혼자 자라 17살에 음식점에서 일했다. 단골 손님 중 40이 넘은 스시바 주방장이 있다. 스시를 만들고 여자의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가는 손님이었다. 아버지가 누군지조차 모르는17살 여자는 주방장에게 부정을 느껴 따른다. 자식이 없는 주방장 역시 여자를 자식처럼 대했다.가끔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용돈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주방장의 아내가 주방장이 가끔 여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알고 주방장에게서 모든 통장을 빼앗고 주방장을 내쫒아버린다. 내쫒긴 주방장은 갈 곳이 없어 할 수 없이 여자를 찾아와 함께 산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여 아들을 낳는다.
그런데 주방장의 아내가 주방장에게 다시 들어와 살것을 요구한다. 모든 통장을 빼앗긴 주방장은 다시 아내에게 돌아간다.
아들과 함께 남은 여자는 죽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아들이 투정도 없이 건강하고 선선하게 자라 포기를 한다. 먹을 것이 없어 며칠을 굶고 있는데 주방장 주위사람들이 혼자 아들 키우기가 힘드니 아들은 주방장에게 주고 새인생을 살라고 설득한다. 결국 여자는 아들을 주방장에게 보낸다.
그리고 흘러흘러 여자는 인생의 막장인 온천촌 무희가 된다. 수국꽃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온천장이 번성할 때는 여자를 보러 홀 가득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느 날 술을 먹은 대학생들 몇몇이 여자의 춤을 보러왔다. 가위바위보를 하여 세 명과 관계를 해야하는 시간이었다. 그 중 한 명은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자는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깨웠다. 그때 그 이름이 아들 이름이었다. 잠에서 깬 학생을 보니 주방장과 똑같이 생긴 아들이었다.
그들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다행이 아들은 졌다. 그때 여자는 하나님이 하바리 인간인 자기에게 눈꼽만큼의 자비를 베픈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아들 친구들을 위해 아들 앞에서 가랭이를 벌리며 그 눈꼽만큼의 자비를 주신 하나님한테 오기를 부렸다. 하바리 인생에서 더 갈 곳이 없으면 짐슴이 되어보자. 여자는 하나님한테 반항한다.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다 올라와! 다 올라오라구!"
그 넋두리에서 여자는 아들과 관계를 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 않는다.
수국꽃이 고개를 숙이고 비를 맡고 있는 온천장에서 정리해고 당해 절망에 빠진 남자에게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풀고, 함께 죽자는 제안을 한다. 남자는 흔쾌히 승락을 하고 죽을 방법을 의논하고 궁리하고 있는데 다급히 여자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온천장 주인인 댓장이 목을 매 죽었다는 전갈이다. 세상에는 여자보다 더한 사연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암시를 한다.
여자는 댓장의 상주역할을 한다. 정사에 실패한 남자가 택시를 타고 떠나는데 기사가 상복입고 가는 여자를 보고 여자와 댓장은 부부처럼 함께 살기도 했다는 말을 들으며 온천장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