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의 <장미도둑>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재미있다.
게다가 술술 읽히고 눈물샘까지 건드려주는 감동이 있다.
첫 소설집 ‘철도원’이 우리에게 처음 소개되었을 때 그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최민식 주연의 영화 <파이란>의 가슴 짠한 감동도 지금까지 남아 있다.
그 사이 아사다 지로의 몇몇 장편들을 보아왔지만 그때 그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쩌다 손에 넣은, 전혀 기대하기 않고 펼쳐 본 소설집 <장미도둑>은 예전에 철도원을 읽고 느낀 감동을 그대로 되살려주기에 충분했다.
첫 번째 작품 <수국꽃정사>는 몰락해 가는 온천지와 정리해고 당한 카메라맨과 나이든 스트립터와 비 오는 날 고개 숙인 수국꽃과, 이야기와 상관없을 줄 알았던 댓장의 죽음이 한 대 어우러져 마치 작가는 세상에 이 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읽는 내내 가슴이 얼얼했다.
일본에서 매년 3월 3일 여자아이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축일인 <히나마츠리>를 제목으로 쓴 소설 <히나마츠리>는 24살인 엄마의 연인과 36살의 엄마의 이야기를 12살인 주인공 여자 아이의 시선으로 눈물겹고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야기꾼으로서 아사다 지로의 힘이 느껴진다.
<죽음 비용>이나 <나락>은 우리와 정서가 달라 마음에 와 닿지는 않으나 대사로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했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생각해 볼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미 도둑>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쓴 서간문 형식의 소설이다. 있었던 일을 아버지에게 편지로 말하지만 독자는 그 행간에 있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를 다 알아차린다. 상류사회 여자의 권태를 아사다 지로는 소년의 편지로 능청스럽게 펼치고 있다.
이야기 풀어가는 방식으로 보나 주인공들의 다양성으로 보나 철도원의 아사다 지로가 나이 들어 농익은 원숙미를 유감없이 보여준 소설집 <장미도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