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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추위

조선오이 2016. 10. 31. 05:23


하룻만이다. 어제만 해도 고추와 방울 토마토를 땄다. 오늘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졌다. 옷을 껴 입고 밭에 나가니 배추며 상추에 서리가 내려 빳빳했다.  서리는 햇빛을 쏘인 쪽에서부터 서서히 사라졌다. 가을 작물들은 추위가 오니 푸르딩딩한 것이  살 판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유난히 극성이던 벌레들에게 시달리던 가을 작물들이었다.  벌레가 쪽을 못 쓰니 배추들이 기가 살았다. 


 한편 봄 작물인 가지와 고추와 호박잎들이 삶아놓은 듯 폭삭이다.   봄부터 이제까지 우리 가족에게  끝도없이 열어 제공해 주던 토마토도 일생을 마쳤다. 대추토마토는 따 놓으면 루비같다. 아니 그 보다 더 예쁘다.  보석보다 더 예쁘고 달지도 않으면서 한없이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적인 맛이다. 그래서 밭에서 내가 토마토를 가장 좋아한다. 이제 일생을 마치니 아쉽다.



 우리 식탁에는 원칙이 있다. 거의 모든 야채들이 우리 밭에서 난 것들이 올라온다. 마트에서 사는 것은 고기와 생선 뿐이다. 겨울에는 김치나 장아치로 저장한 식품들이 올라온다. 요즘은 농사짓기가 쉬워 심고 싶은 것은 모종을 사다가 심으면 그대로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다.           

지금 밭에는 배추와 무 파 그리고 당근만이 남아 있다. 그것들은 보름쯤 후에 김장을 담고 남은 것은 저장한다. 그러면 1년 농사는 끝난다.

주중에 손주들 케어하는 것보다 주말에 내려와 농사일 하는 것은 몇 배 일이 많다. 이곳에서는 조금도 쉬지 못한다. 심어 놓은 거두는 것이 큰 일이다.

요즘 김장이 점점 사라진다고 한다. 농사짓기 전에는 절인 배추를 사다가 담았다. 그것도 귀찮아서 김치로 완성된 것을 사다가 먹는다. 이런 세상에 나는 배추를 모종을 내고 물을 주고 엎드려 벌레를 잡는다. 내 삶이 참으로 원시적이다. 그래도  좋아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