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대륙의 황제
이 다큐는 황제팽귄이 영하 50도의 혹한에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육아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전에 본 <아마존의 눈물>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이다
아마존은 생명이 들끓는 우림지에서 인간이 자연과 투쟁하며 생존해가는 모습이라면
이 다큐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번식을 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황제팽귄의 모습이다.
한번에 알을 하나씩 밖에 낳지 못하는 황제팽귄은 영하 50도의 겨울에 번식을 한다.
첫째 이유는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명체라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천적 조차도 없다.
둘째 이유는 혹한 때는 부모의 보호 속에 있다가
새끼가 부모로부터 세상에 나올 때 봄을 맞이하게 해 주기 위한 부모의 배려다.
허들링은 팽귄들이 뭉쳐 서로의 체온들로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의식이다.
무리들 한가운데는 가장자리보다 기온이 10도 가량 높다.
가끔씩 위치를 옮겨 가장자리에 있던 팽귄들을 안쪽으로 옮겨주며 서로서로 혹한을 견딘다.
이 추위를 견디는 허들링이란 의식도 알을 품고 있을 때 얘기지
새끼들이 알을 까고 나오면 더 이상 할 수 없다.
팽귄 세계만이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육아를 아빠가 맡기 때문에 육아가 어려운 숫놈의 숫자가 암놈보다 적다.
그래서 암놈이 숫놈에게 구애를 한다.
암놈들은 숫놈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그렇게 짝을 찾아 짝짓기를 하여 알을 낳으면 암놈은 숫놈 뱃속으로 알을 밀어 넣는다.
만일 실수라도 하여 떨어뜨려 밖으로 노출이 되면 알은 금방 얼어버려 알은 죽는다.
떨어뜨린 알을 몸 속으로 밀어넣으려는 부모들의 몸짓이 눈물겹다.
알을 낳은 암놈은 수척해진 몸으로 이미 수만리 밖까지 얼어버린 바다로 먹이를 찾아 떠난다.
숫놈들은 알을 품고 부화되기를 기다린다.
밖은 영하 50도지만 알이 품어져 있는 배안은 37도라고 한다.
새끼들이 알을 까고 나오면 숫놈들은 새끼들에게 위안의 음식을 토해내서 새끼를 키운다.
위에서 토해져 나온 음식을 팽귄밀크라고 한다.
아비의 몸에서 밀크가 떨어질 때쯤이면
바다로 나갔던 암놈들이 먹이를 몸 속에 비축을 하고 돌아온다.
새끼는 다시 엄마 몸 속으로 옮겨지고 이번에는 아비 팽귄이 바다로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간다.
새끼가 커갈 수록 교대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부모들은 더 커져 더 많이 먹는 새끼를 먹이기 위해 점점 빠르게 바다에 다녀온다.
새끼가 배 밖으로 나올 정도가 되면 부모 팽귄은 냉정하게 밖으로 떠민다.
따뜻한 부모 품이 그리워 떠나지 않으려는 새끼 팽귄에게 부모는 냉정하다.
새끼팽귄들은 유아원처럼 자기들끼리 모여서 지내고
부모는 번갈아 바다에 나가 먹이를 비축해 팽귄밀크를 만들어 먹인다.
아마도 팽귄은 아비가 육아와 수유도 하는 유일한 동물이 아닐까.
그런 어느 날 부모는 새끼들을 남겨두고 바다로 떠난다.
남은 새끼들도 바다로 향한다.
이 다큐를 보며 경이로운 것을 몇가지 발견했다.
그들은 가장 환경이 안 좋을 때 새끼를 낳고 키운다는 사실,
둘째 육아의 책임이 아빠팽귄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는 사실
세째 아빠 팽귄도 팽귄밀크를, 그러니까 수유를 한다는 것,
그리고 네째 새끼가 독립할 즈음이면 새끼들을 남겨두고 다 떠난다는 것,
혹한에 하는 번식이 천적이 없어 안심이라지만
천적만큼 무서운 것이 있다.
그것은 실수다.
알을 아비 몸 속에 넣어 줄 때 열 중 하나는 실수로 제대로 못 밀어 넣는다고 한다.
그럼 알은 금방 얼어터진다.
그런 아비는 알처럼 생긴 눈 덩이라도 몸 안으로 밀어 넣으려고 몸부림친다.
새끼를 부화한 아비가 몸에 먹이를 비축하고 돌아온 어미 몸 속에 새끼를 밀어 넣을 때도
실수라도 할라치면 새끼는 그대로 죽어버린다.
새끼를 몸 안에 넣고 다니다가 실수로 떨어뜨려도 죽기도 한다.
자기 새끼를 잃고 남의 자식이라도 빼앗아 키우려고 싸우는 장면은 처절하고 감동적이다.
팽귄 아비의 모성을 뛰어넘는 부성애가 없었다면
아마도 팽귄은 진작에 이 지구상에서 멸망했으리라.
인간이 팽귄에게 큰 사랑을 배운다.